육수맛이 여전한 평양냉면의 본가 "의정부 평양면옥"
|
|
장충동 평양면옥의 뻔뻔스러울 정도의 불친절에 넌덜머리가 나서 한동안 먹지 않고 버텼지만 수십년 동안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냉면이 사뭇 그리웠답니다.
마침 평양냉면의 진수를 처음으로 알게 해준 본가 의정부 평양면옥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북한산에 좀 싫증을 내던 얜과 날쎈돌이의 의견일치로 파주, 연천, 양주 3군에 걸쳐 있어 조망이 훌륭하다는
감악산 산행을 나선 김에 거의 갈일 없는 의정부 본가의 냉면을 뒷풀이로 염두에 둡니다.
추운 겨울 산행에서는 컵라면 정도로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하게 되니 하산 후에는 제법 출출해지는군요.
법륜사에서 감악산 정상과 임꺽정봉, 장군봉을 거쳐 원점회귀 등산을 하고나서 부지런히 의정부를 향합니다.
처음(지금부터 35년 전쯤) 의정부 평양면옥을 찾았을 때는 예전 의정부 시청 근처의 한옥 집이었는데 워낙 어렸
을 때부터 좋아했었지만 육수의 감칠 맛과 메밀 향이 강한 평양냉면의 맛은 그 전에는 맛보지 못했던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이었답니다. 지금의 자리로 이사온 이후에도 일 때문에 자주 오갈 때마다 꼭 들리는 곳이었는데
최근 몇 년간 의정부에 올 일이 전혀 없어지면서 격조했었지요.
이 집의 분위기는 여전한 듯합니다.
서울의 을지면옥과 필동면옥의 본가이기도 합니다.(딸들이 하는 집이지요. 물론 본가도 2대로 넘어갔지만)
이제까지 기다리고 고대하던 냉면을 먹기 전에 "先酒後麵"은 해야겠지요.
우선 안주로 수유과 제육을 각 반씩 섞어서 한 접시 주문합니다. 만두 한 접시도.
점심과 저녁 사이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없어서인지 수육과 제육 모두 식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그런대로
선주후면의 안주가 되어줍니다.
이집 양념장의 맛이 그럴듯하지요(필동면옥도 비슷한 양념장을 내고 있답니다).
고추가루를 더 덜어넣고 수육 한 점을 찍어서 소주 한잔의 안주로 먼저 먹어봅니다. 고소한 살코기의 맛이 양념
장과 어우러져서 칼칼한 느낌으로 입안을 가득 채워주네요.
속이 꽉찬 만두는 6개가 나오는데 전보다 피의 쫀득함이 약해졌는데다 크기도 좀 줄어든 듯합니다, 그냥 기분에
그런건가... 그래도 두부와 김치를 많이 넣은 담백한 맛은 여전한 듯한데요.
자 드디어 냉면을 먹을 차례입니다. 육수까지 남김 없이다 모두 먹을 요량이니 두 그룻을 세명이서 나눕니다.
육수가 든 냉면 대접을 하나 더 갖다 주는군요.
우선 사진부터 한 컷.
해운은 식초나 겨자를 넣지 않고 고추가루만 좀 더 넣어 먹습니다.
그래야 순순하게 육수의 맛을 볼 수 있겠지요. 역시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잃지 않고 감칠맛은 강한 예전 그대
로의 맛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전보다 좀 더 진해진 듯하긴 하네요. 면의 메밀은 중국산을 쓴다는데 그래도
메밀향이 구수하게 느껴지는데다 면발도 메밀 특유의 치감으로 씹히는 맛이 좋은 편입니다.
감칠맛이 강하면서도 깔끔한 육수와 잘 어우러집니다.
항상 육수까지 남기지 않고 먹게 되니 면을 덜어냈어도 엄청 배가 부르네요. 그렇지만 않다면 좀 더 먹고 싶은
미련이 입안에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냉면에 대한 갈증은 좀 가신 듯 합니다. 역시 본가의 맛은 여전한 듯해서 다행이군요.
냉면의 가격은 서울과 같지요.
의정부 평양면옥은의정부역을 지나 서울 방향으로 가다가 SK주유소를 지나 다리 못 미쳐 버스정류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있습니다. (031-877-2282, 2,4째 화요일은 정기 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