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늦은 밤,
철민은 모기의 왱하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요즘 계속되는 산행에 많이 피곤했는지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를 보다가 잠이 들었었는데
가을모기의 심술로 그만 깨어버렸다.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다 철민은 지난 세월의 족적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난다.
박진영은 어린 나이에 인생의 목표를 33-66-99 로 정했다는데..어린 나이에 그것을 다 이루었고 그래도 부족한 나머지 1%를 찾아 지금 헤매는 중이라고 한다.
(33-66-99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승화가 쓴 글 "춘천 대륜산"을 읽어 보면 안다)
어린 놈이 참 빨리도 33-66-99를 달성했다. 하지만 인생이 그리 만만한 가...살다보면 언제 1-99-66-33 이 될지 모른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호수같은 바다가 보이는 창 넓은 쇼파에 앉아 있는 철민이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삶이 참 여유롭게 보이지만 내면은 여유롭지가 않은 것 같다. 우아하게 보이는 백조가 물 밑으로 쉼없이 노를 젓 듯 말이다.
"숫자와의 싸움"
철민은 살면서 산수->수학->경제학->재무 등 재수없이 숫자만 쳐다보고 살았다.한 때는 공무원이 될까도 햇었다.
c.c였던 민애가 어느 날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 후로 난 진로를 바꿨다.
그녀가 물었다. "철민아~~너는 목표를 정할 때 말야..처음부터 높은 산을 목표로 할래? 아님 낮은 산부터 정복하며 높은 산에 오를래?"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음~우선 정복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싶으니까 차근차근 목표를 높여 가고 싶은데..."
얼마 후 그녀는 내 곁을 떠나갔다. 아마도 그녀는 야망에 불타는 도전적인 인간을 택했으리라. 그 덕분에 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인이 되고자 했고...
홀로된 나는 음악을 좋아했고 많이 들었다.
이성적으로 해결안되는 사랑...이거 해결하느라 숱한 고뇌의 시간을 보낼 때 음악은 위로가 되었고 해결책이 되었다.
지금 철민은 쉬고 있지만 머리속은 복잡하다.내일 돌아올 어음과 부도로 받지 못한 미수금의 단위가 위험수위에 다다렀기 때문이다.
철민은 회사를 그만두며 받아 나온 철강대리점으로 10년 넘게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해가 떠도 행복하고 해가 져도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철민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설쳐대었고 돈이면 돈,여자면 여자..모두가 철민의 것이었다.
사는 게 뭔지..왜 꼭 꽃은 흔들리면서 피어야 하는지..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았는데..이제는 열심히 일 만해야 하고 열심히 놀 수가 없다.
철민은 마음을 비우고,낮추고,별지랄을 다해도 우울하고 괴롭다.어머니가 아내가 자식들이 마음에 걸리고 안스럽다.
철민은 오랜시간 방황하다 돌 틈 사이에 핀 들꽃을 보며 삶의 의지를 되새겨 본다.화려한 삶은 아니지만 들꽃처럼 순수한향기 그대로 덧없이 빛나는 생애,
어둠의 고통이 내려도 달빛 그리움으로 쉬어 가는 삶의 물결, 뉘의 가시밭길 순정처럼 눈물은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