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연애편지 쓰는 봄밤
봄에는요, 연애가 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라일락이며 아까시꽃 향기가 코를 간질이고
달빛 아래 장미가 은빛으로 빛나는 봄밤이면
연애 편지가 쓰고 싶어지지요.
그러고 보니 연애 편지를 써 본 지가 언제였더라..
그러게요.
스무살 언저리 어느 무렵.
안도현 시인의 <연애 편지>란 시처럼,
“말로는 다 못한 그리움이며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은 외로움이 있던“ 시절,
“틀린 글자가 있나 없나 수없이 되읽어 보며
펜을 꾹꾹 눌러 백지 위에“ 편지를 쓰곤 했지요.
“끝도 없는 열망을 쓰고 지우고 하다 보면
어느 날은 새벽빛이 이마를 밝히고
그때까지 사랑의 감동으로 출렁이던 몸과 마음은
종이 구겨지는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곤 했던“
그 봄날의 무수한 밤들..
그렇게
우리는 사랑을, 청춘을 앓았네요.
‘사랑한다’, ‘그립다’라는 말로는 좀 밋밋해서,
조금은 더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연애 편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건 시였어요.
김소월이나 한용운, 릴케의 시를 베껴 쓰며
전에 없이 문학 소년이 되기도 했던 그 시절.
실제로 많은 시인들은 고백합니다.
연애편지를 쓰다가 시인이 된 사람이 많다..고 말예요.
이생진 시인은 <연애하다가 쓴 시>란 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처음엔 즐겁고 반갑고 기쁘다가
외롭고, 쓸쓸하고, 서글퍼지고,
그렇게 연애는 사라지고 흉터로 남는 것 “-
그게 바로 ‘시인의 자양분’이라고 말이죠.
아니, 어쩌면
연애 자체가 한편의 시인지도 모르겠어요.
“사랑하는 당신.
당신과 사랑에 빠진 이후
내 머리와 가슴속에는 언제나 시가 있습니다.
아니, 당신이 바로 시입니다.“
연인 소피아 피바디에게
작가 너새니얼 호손이 보내는 연애 편지처럼 말예요.
달빛 은은한 봄 밤, 연애 편지 한번 써 보시죠.
아내라는 이름의, 수줍게 볼 붉히던 그녀도 좋구요.
이제는 이름마저 가물가물한...
스무살의 밤을 새우게 하던,
어느 그리움에게도...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