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Mozart, divertimento : K.136 / K.251 / K.334
W.A.Mozart 1756-1791
<1763년 경의 모짜르트와 누이 나네를>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는 18세기 중?후반에 유행한 기악 모음곡의 일종이다. ‘희유곡(嬉遊曲)’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이 악곡은 교향곡이나 현악4중주곡에 비해 한결 자유로운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악장의 개수도 4개에서 10개까지로 다양했고 악기 편성의 형태도 각양각색이었다. 이와 비슷한 유형의 다른 악곡으로 세레나데(serenade)와 카사치오네(cassaszione)가 있었지만, 디베르티멘토는 대개 작은 규모의 실내 앙상블을 위한 모음곡을 가리키는 용어로 통용되었다.
모차르트가 디베르티멘토를 처음 선보인 시기는 두 번째 이탈리아 여행 중이었던 1771년 11월로 추정된다. 당시 밀라노에서 작곡된 [디베르티멘토 E♭장조, K.113]은 모차르트가 클라리넷을 최초로 사용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후에도 모차르트는 밀라노의 후원자를 위해서 디베르티멘토를 쓴 적이 있다. 하지만 그의 디베르티멘토는 대부분 잘츠부르크에서, 그곳의 인사들을 위해서 쓰였다. 특히 그의 주군이었던 콜로레도 대주교는 가장 중요한 소비자였다. 1775년에서 1776년 사이에 작곡된 다섯 곡의 ‘관악 디베르티멘토’들은 대주교의 ‘식탁음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로드론 백작부인의 의뢰로 작곡된 두 곡의 [로드론 세레나데(K.247 & K.287)]를 비롯하여 다수의 디베르티멘토들이 그가 '만하임-파리 여행'을 떠나기 직전인 1777년 여름까지 작곡되었다. 그리고 '만하임-파리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작곡된 [디베르티멘토 D장조, K.334]는 그의 가장 훌륭한 디베르티멘토로 꼽히며, 빈 시대에 작곡된 [음악적 익살, K.522]는 그의 마지막 디베르티멘토이다. 여기서는 그의 주요 디베르티멘토들 가운데 우선적으로 챙겨서 들어볼 만한 작품을 세 곡만 골라서 소개하겠다.
디베르티멘토 D장조, K.136(125a) "잘츠부르크 교향곡 제1번" (1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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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lfgang Amadeus Mozart - Divertimento in D major, K. 136
00:00 - I. Allegro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들 가운데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형식을 따져보면 디베르티멘토라고 부르기엔 조금 어색하기도 하다. 일단 악기 편성이 현악 4중주에 가깝고(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 베이스 1대), 악장의 개수도 3개뿐이다. 더구나 일부 음반에서 접하게 되는 '잘츠부르크 교향곡(Salzbrg Symphony)'이라는 별칭은 우리를 더욱 헷갈리게 만든다.
아마도 당대의 ‘이탈리아 서곡’ 양식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는데, 다만 모차르트의 의도는 각 성부에 한 명씩의 연주자를 배치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디베르티멘토'라는 명칭은 실내악 장르의 명칭 구분이 아직 확립돼있지 않았던 과도기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혹자는 현악 4중주의 편성(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 첼로 1대)과 약간 다른 이 편성을 '디베르티멘토 4중주'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각 성부의 인원을 보강한 체임버 오케스트라 규모로 연주되기도 한다.
1772년 초, 이탈리아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에 작곡된 세 곡(K.136~138)의 ‘4중주 디베르티멘토’ 가운데 첫 곡인 이 곡은 유창한 선율미가 매혹적이다. 활달하고 시원스런 진행이 돋보이는 알레그로 악장, 이탈리아풍이면서 잘 정돈된 인상을 주는 안단테 악장, 가볍게 날아오르는 듯한 음형들이 더없이 상쾌한 기분을 안겨주는 프레스토 악장이 차례로 이어지며, 전악장에 걸쳐 제1바이올린의 독주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디베르티멘토 D장조, K.251 "나네를 7중주곡" (1776)
Divertimento in D major (K.251), by Wolfgang Amadeus Mozart.
Note: It's possibly for the name day of Mozart's sister,
Nannerl on July 26th or her birthday on July 30th.
Date: July 1776, Salzburg
I. Molto allegro
II. Menuetto
III. Andantino
IV. Menuetto (Tema con variazioni)
V. Rondo (Allegro assai)
VI. Marcia alla francese
Performed by Amsterdam Baroque Orchestra
dir. Ton Koopman.
유명한 [하프너 세레나데]에 뒤이어 탄생한, ‘성숙과 충실의 시기’를 대표하는 곡 가운데 하나이다. 이 곡은 모차르트의 가장 밝고 쾌활한 음악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을 듯한데,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그가 친애하는 누이를 위해서 쓴 작품이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이 곡을 ‘나네를’이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누나 마리아 안나의 25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작곡했다. 그보다 5살 많은 누나이자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음악가였던 나네를은 1776년 7월 30일에 25세 생일을 맞이했다. 여섯 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디베르티멘토에는 두 개씩의 알레그로와 미뉴에트, 한 개씩의 안단티노와 행진곡 악장이 포함되어 있다.
모든 악장에 프랑스풍의 갈랑 양식이 투영되어 경쾌하고 우미하며 사랑스러운 기운이 넘쳐흐르는 곡이다. 편성을 살펴보면, 현악 합주에 한 대의 오보에와 두 대의 호른이 가세하여 한결 소담스럽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자아낸다.
스타카토 리듬에 트릴이 가미된 음형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경쾌하면서도 활력 넘치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제1악장은 기분 좋은 첫인상을 심어주고, 간결하고 예쁘장한 주제가 론도 형식으로 반복되며 사뭇 온화하고 다정한 느낌을 자아내는 제3악장(안단티노)은 특히나 매력적이다. 또 주제와 3개의 변주라는 이례적인 형식을 취한 두 번째 미뉴에트 악장(제4악장)에서 라모 시절을 연상시키는 다채로운 분위기도 일품이다.
디베르티멘토 D장조, K.334(320b) "로비니히" (1780)
W.A.Mozart Divertimento in D major K 334
1. Allegro
2. Thema mit sechs Variationen
3. Menuetto. Trio
4. Adagio
5. Menuetto
6. Rondo. Allegro
Stamic Quartet
Zdeněk & Bedřich Tylšar French Horn
Recorded in Prague 1991
연주시간이 약 40여 분에 달하는 대작으로, 많은 이들이 모차르트의 가장 아름답고 세련된 디베르티멘토로 꼽는 명작이다. 아마도 1777년과 이듬해에 걸쳐 운명적인 ‘만하임-파리 여행’을 겪으면서 몰라보게 성숙해진 모차르트의 인간적?음악적 면모가 드러나 있기 때문이리라. 무엇보다 장조의 밝고 맑은 분위기와 흐름을 견지하는 가운데 슬며시 드리워진 단조부들에서 그런 면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별명인 ‘로비니히’는 잘츠부르크의 명문가의 이름으로, 이 곡은 그 집안의 장남인 지크문트가 잘츠부르크 대학을 졸업한 일을 기념하여 작곡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악 합주에 호른 두 대가 가세하며, 각 두 개씩의 알레그로 악장, 느린 악장, 미뉴에트 악장 등 여섯 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에서는 첫 번째 미뉴에트가 특히 유명하다. 이 제3악장은 [교향곡 제39번 E♭장조]의 제3악장과 나란히 ‘모차르트의 미뉴에트’라고 불리며 종종 독립적으로 연주되기도 한다. 프랑스풍의 우아한 악상이 흐르는 가운데 중간 중간 단조적인 악상이 떠올라 우수 어린 표정을 지어보이는 매력적인 음악이다.
아울러 다른 악장들도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제1악장에서는 유려한 주제가 환상적으로 발전해가고, 주제와 6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d단조의 안단테 악장(제2악장)은 어딘지 염세적인 냄새를 풍긴다. 그리고 그러한 정서는 한결 완만하고 조용한 아다지오 악장(제4악장)에서 정화와 심화의 과정을 동시에 거친다. 한편 두 번째 미뉴에트인 제5악장에서는 장조부와 단조부의 대비가 절묘하고, 마지막 제6악장은 경쾌하고 우아하나 흐름 속에 수많은 주제들이 가지런히 펼쳐져 있는 풍부하고 거대한 론도-피날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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