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라면을 먹다 모처럼 만에 입은 흰 와이셔츠 가슴팍에 김칫국물이 묻었다 난처하게 그걸 잠시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평소에 소원하던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하고 간다. 김칫국물을 보느라 숙인 고개를 인사로 알았던 모양 살다 보면 김칫국물이 다 가슴을 들여다보게 하는구나 오만하게 곧추선 머리를 푹 숙이게 하는구나 사람이 좀 허술해 보이면 어떠냐 가끔은 민망한 김칫국물 한두 방울쯤 가슴에 슬쩍 묻혀나 볼 일이다 손택수 시인의 늘 멋지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만 세상에 부족하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나의 약점도 받아들이고 인정해주세요. 자신의 빈틈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이 더 따뜻하고 좋아 보일 때가 많이 있습니다. Cantica - Diego Modena & Jean Phillipe Aud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