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랫동안 기다렸던 봄이다
마음조차 지루한 겨울이 풀리는
어느 틈엔가
삐끔이 내미는 하얀 손짓에 한 눈을 파니
봄은 저만치 거리에 있네
그렇게 다시금 봄이 왔구나
바람결에 날리는 하얀 잎들
바라보는 눈길이 무겁고
아음도 아프다
기다림도 지쳐 버려
고대하던 봄이란 단지 기억속의 상상
막상 무덤덤하고 낯선 계절에 내가 서 있을 뿐
언제 쯤일까, 그렇게 바라보고 웃던 날들이
속절없이 꽃은 지고
다시 꽃이 피건만
기다림만 하염없어 그대로 꽃은 지고
지금도 그대에게
봄이 있는가 묻고 싶다
지금도 나에게
봄이 머무는가 묻고 싶다
꽃잎에 어리는 백색 환상
또 몇번의 봄이 내 곁에 머믈지 몰라도
어쩌면 그 봄이 다시 오리라 믿을 수 없는
봄은 아픔이다
아픔이 있는 한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이다
그리움이 있기에 서성이며 세월 앞에 기다렸고
허망한 꿈들이기에 돌아서서 지우고 싶은 것
그래도 가슴 한 켠 저려오며 번져오는
방울방울 눈섶에 어리는 눈물겨운 봄빛
울렁울렁 강물처럼 흐르는
우리가 살아있는 이유로 꿈꾸는
영원히 눈물 흘리며 아퍼 할 지병은 아닌가
곱다
그대가 곱고
세월 또한 곱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자태
티없는 봄 하늘에 나플거리는 미소
내가 기억하는 건 미움없이 고운 그대 생각 뿐
세월이 흐를수록 그대를 더 곱게 만든다
어찌 지난 날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으리요
꽃의 피고 짐이 예정된 일처럼
사람의 인연도 그와 같아 만나고 헤어지고
어찌 덧없다고만 할 것인가
저믄 산에 구름이 일고 흩어지고
우린 잠시 이생에 머물며
몇번의 꽃의 피고짐을 헤아리면서 바라볼 뿐
그러니 꽃이 짐이 서운타 할 것이 없음에
떠난 사람도 다만 그리움으로 다시 찾아와
속삭이는 바람처럼 머물다 사라지고
또 다시 계절이 바뀌어 초록빛으로 다가 오는
그대 비워둔 자리에 또 다른 의미가 채워질 것
아는듯이 꽃이 지누나
우리가 살아 왔던 자취들은 어느 순간도 버릴 것이 없듯
한소절 한소절 가슴에 맺히던 기억들
사랑하는 것은 내일의 일이 아니라
다만 지금 바라보는 어여쁨이 아닌가
그날들에 가득 넘치는 기쁨들을 보내고 나서
지금에 허전한 눈길로 되새겨 보는
그렇게 다시 우린 살 수 없을까
삶에의 열망어린 눈길로 뜨겁게 사랑할 수 있을까
그대가 꽃으로 피어나 하늘 하늘
그날도 바람이 불고
가슴은 떨렸다
그래도 두 눈에 맺힌 아름다움은 창백한 꿈으로 남아
긴 겨울 끝. 어지러운 잔꿈으로 나를 깨운다
세상이 어둠으로 가득할 때도 눈부시게 한다
모두가 꿈이리
그 꿈조차도 꿈속에 있어
사람아
불현듯 찾아와 잠을 깨우는 슬픈 사람아
이 모든 애뜻한 꿈을
누군들 애달픈 사연이 없으랴
오늘에 웃고 내일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비에 젖어도
예정된 삶에 만나야 할 사람은 분명 만나듯,
때가 되면 이처럼 다시 보게됨을
이승에서 못 맺은 인연조차도
아니, 설령 맺은 인연도 때가 되면 지워지는
그러나 그 모든것이 끝이 아니라
다시 만날 기약처럼 눈에 선하게 피어나는 것
무엇이 기쁘고
무엇이 섧다 할 것인가
다만
그대가 그리웁듯이
선한 그림자로 눈에 밟히는 이름이 있어
오늘에 그대를 반기며
다시 꽃이 진들 아쉬운 마음 하나로 그댈 보내나니
호된 겨울을 격더라도 그래도 그대가 그리울 것
그대가 보고 싶을 것
이토록 그대가 보고 싶어 다시 그댈 보며
망망한 편지를 띄우노니,
소소로운 마음은 어찌 안타까움 뿐이랴
흐려진 하늘에 비라도 내리면
그대가 남긴 흔적을 밟으며 그대 마음 읽겠네
한잎 한잎 고운 말씀들, 비에 젖어 흐르겠네
사랑아
아, 너무나 잠시뿐인 사랑
Dark Sky Island - Eny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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