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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5/클래식향기

비탈리 / 샤콘느 & 바흐 / 샤콘느

Richchi 2011. 1. 12. 23:34

 

 비탈리 / 샤콘느 & 바흐 / 샤콘느 - 비교감상하기

 

 



비탈리 / 샤콘느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바흐 / 샤콘느(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제5곡)

 

 

 

* ‘샤콘느(Chaconne)’는 17세기 스페인에서 크게 유행한 4분의 3박자의 춤곡이다. 원래 샤콘느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전래된 춤곡을 바탕으로 발전하다가, 나중에는 변주곡 형태로 발전하여 바로크시대에 와서는 하나의 중요한 음악형식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에도 ‘샤콘느’로 작곡되는 작품들을 종종 볼 수 있다.

 

 

** 비탈리(Vitali)의 샤콘느인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은 바이올린 음악사에 있어서 보배 같은 걸작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비탈리는 1660년에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 태어나 1711년에 세상을 떠난 작곡가이다. 현재 그의 작품은 몇 개 남아 있지 않으며, 그것마저 잘 연주되지도 않는다. 현재 유일하게 연주되는 것이 바로 이 샤콘느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정도라 해도 별로 틀린 말은 아니다. 이 곡은 그 시대에 알려진 모든 바이올린 기교를 실험하고 있다고 할 만큼 난해하다. 더구나 이 곡은 이가 시릴 정도로 정열적이면서 어두운 주제와 풍부하고 교묘한 변주를 가졌기 때문에 현재도 그 인기가 아주 높다. '샤콘느'하면 비탈리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이 곡은 비탈리를 유명하게 했지만, 불행하게도오늘날에는 이 곡이 그의 작품이 아니라는 시비에 휘말려 있다. 진위야 어쨌던 바로크 시대 변주곡의 하나였던 '샤콘느' 형식으로 작곡된 이 곡은 몇 번을 들어도 물리지 않을 만큼 대단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훌륭한 명곡이라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이 곡이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보다 더 슬프고 가슴 아리게 하는 곡들이 있어도 이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는 이름을 더 이상 붙일 수 없어도 말이다.

 

 

*** 바흐(Bach)의 샤콘느는 그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의 제5곡(D 단조 BWV.1004)’이다. 바흐의 샤콘느는 그의 무반주 바이올린곡 중에서 가장 유명해서 파르티타 2번을 얘기할 때 "샤콘느가 들어있는 바로 그 파르티타" 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샤콘느는 바흐 기악곡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만큼 후세 음악가들로부터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 샤콘느는 세계적인 바이올린 주자의 실력을 나타내는 곡으로도 유명하다. 바흐의 샤콘느는 D단조 4분의 3박자이다. 어떤 음악 칼럼니스트는 바흐의 샤콘느가 "영원으로의 끝없는 비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한다. 즉 D단조인 1부는 "지상으로 쫓겨난 천사"의 노래를 나타내고, 2부는 "하늘로의 비상" 을 나타내며, 3부는 "다시 땅 위에 내려서서 영원을 갈구하는 인간적인 천사의 뒷모습" 을 나타내면서 종결을 짓는다고 샤콘느를 평한다. 서양음악 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 중의 하나로 기릴만한 바흐의 샤콘느는 한마디로 강렬하고 아름다우며 비극적인 선율을 담고 있다. 독주 바이올린의 대위와 화성의 구조가 완벽한 완결성을 가지면서도 그 위에 실린 내용 또한 위대하고 심오하다. 바이올린의 최고 높은 봉우리로써 세계의 실력있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모두 이 곡을 녹음하고 있고 준비 중에 있다. 요제프 시케티와 같은 명바이올리니스트는 평생 이 샤콘느를 연구했을 정도로 이 곡은 그 무게와 심도가 깊다고 할 수 있다. 파르티타 2번의 5곡 중에서 종종 이 샤콘느만 따로 떼어내어 독주곡으로 연주하는 광경이나 연주회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이 샤콘느가 그 자체적으로도 얼마나 훌륭하고 완성도가 높은 음악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 바흐의 샤콘느와 비탈리의 샤콘느는 모두가 매우 정열적인 작품이지만 두 곡은 종종 아폴론과 디오니소스에 비유되곤 할 정도로 듣고 나서의 느낌은 큰 차이를 보여준다. 아폴론은 그리스, 로마 사람들에게 지성과 문화를 상징하는 신이다. 바흐의 샤콘느는 선율적인 요소보다는 화성적인 진행이 강조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내향적이고 이지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또 여러 성부가 겹쳐서 나타나기 때문에 복잡한 느낌도 있으며 전반적으로 약간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에 비탈리의 샤콘느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매우 애처로우면서도 열정적인 선율을 가진 작품이며 다분히 디오니소스적인 느낌을 준다. 셋잇단음표 등 바흐의 것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리듬이 보이고, 또한 화려한 바이올린 기교들도 많이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