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809m) /전남.영암 (11/2~3.1박.2일)
일 시: 2006.11.3.(맑음)
위 치: 전남 영암군 영암읍 교동리,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
코 스: 천황사지 → 구름다리 → 천황봉 → 구정봉 → 억새밭 → 도갑사
글/사진:푸른마음
맑은 아침, 가을이 깊어 가지만 밤의 옷을 벗어낸 괴암괴석의 병풍 같은 월출산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벅차다.
사부작 사부작 마른 가랑잎을 밟으며 나무들도 겨울 준비에 바쁘겠지, 준비라야 별 것이
있겠냐 만 어느 한 부분을 버리고 내려놓는 것이 아닐까.
만산홍엽, 아름다운 단풍도 버림과 내려 놓기를 반복하는 그래서 우리는 가슴을 치는 지혜로
스스로 깨달음 속에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면서 날마다 새로운 만남이란 인연의 소용돌이를
추수리며 내일이란 단어에 흩어진 꿈을 모아 보는것이 아닌가싶다.
적막한 고요 속에 금방이라도 붉은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고운 단풍 나무에 기대어
젖어 일행을 기다려본다.
발 밑으론 추수를 마친 영암 벌의 바둑판 같은 너른 들판을 바라보며 바위를 오르니
지상 120미터에 설치되었다는 구름다리가 웅장하게 보였고 거대한 바위산은 붉고 푸른 띠가
무늬를 수놓고 있었다,
멀리 영암벌 너머엔 뽀얀 안개가 피어 올라와 마른 감성에 온유한 불을 지피는 싱그럽고
상쾌한 아침이다.
아찔한 급경사의 철 계단들을 지나 가을빛이 물든 숲 속을 오르니 또 다시 가파른 계단 끝에
올라 앉아 마냥 일행을 기다려 다람쥐 한 마리와 함께 묵이랑 고구마와 과일로 간식을 먹곤
일행 넷은 모두 천황사지로 내려가 도갑사로 차를 가져 오기로 하고 나 혼자서 월출산 완주에
나선다.
월출산 정상 천황봉, 809m로 비교적 낮으나 사방에 큰 산이 없는 들판에서 갑자기 솟구쳐 올라
거대한 암봉과 장쾌한 암릉을 형성하고 화강암 바위들로 모양의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어
그 절경을 흔히 남도의 금강산이라 부르고 있다고 한다. 사계절 별로, 보는 위치에 따라서
변화무쌍한 입체적 경관도 장관일 것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남도의 향토적 전원풍경도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만큼 아름답고 아련하기만 하다.
천황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깎아지른 낭떠러지기 바윗길이 어찌나 위험한지 그러나 이렇게 혼자서
산행을 해보니 예전엔 혼자 산행 하는 사람들을 이해가 안됐는데 또 다른 여유로움과 즐기는
이런 맛에 취하여 하는구나 마음이 간다.
잠시 쉬는 동안 울산에서 오신 분들이 배를 주시어 나누곤 엇갈린 방향으로 산행은 계속된다.
여자의 음부처럼 생겼다는 베틀굴을 지나 잘 보이지도 않고 혼자 겨우 빠져 나올 수 있는 좁은
길을 찼어 아홉 마리 용이 살았다는 구정 봉에 오른다.
암 봉들과 구정봉 웅덩이가 이루는 조화가 신비스럽다.
웅덩이 안 물은 안개가 적셔 주고 이슬이 적셔 주어 일 년 열두 달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구름과 안개로 월출산 정상은 보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쾌청한 날씨와 정상에 사람까지
다 보이니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봄에는 웅덩이에 개구리가 있었다고 목포에서 혼자 온 등산객이 신기하게 이야기 하신다.
구정 봉에서 남쪽 억새밭으로 향하는 월출산의 절반은 완만한 능선과 섬세한 계곡으로 이루어져
가을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랜 가뭄으로 조로(早老)해버린 단풍에 비해 오히려 억새의 몸짓이 더욱 빛나는 가을이다.
거친 파도의 포말처럼 햇살에 부서져 눈이 시린 억새 꽃 물결, 그 장관은 은빛으로 빛난다.
억새는 햇빛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을 내기도 한다는데 언젠가는 황혼 녘의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억새도 보고 싶다.
하산 길에서 일산에 계신 분들을 만나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내려와 도토리묵과
동동주로 대접을 받으며 일행을 1시간 반을 기다리는 초초함으로 월출산의 풍요로운
안전 산행에 뜨거운 감사로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