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복장에 대한 상식]
“귀찮더라도 움직일 때 벗고, 멈추면 입어라”
산악지대의 평균온도는 우리 체온보다 낮다. 최근에는 첨단 기능성 소재의 우수한 등산복이 많다. 그러나 이런 비싼 기능성 소재를 입는다고 해서 에너지 보존 기술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잘 입느냐 하는 것이다. 등산복을 효과적으로 잘 입는 방법을 ‘레이어링 시스템(Layering System)’이라고 한다. 레이어(layer)란 옷의 한 겹, 두 겹의 ‘겹’을 말한다. 그래서 레이어링 시스템을 우리말로 하면 ‘옷을 겹쳐 입는 체계’ 정도가 된다.어렵게 들리는 레이어링 시스템이란 한 마디로 “움직일 때 벗고, 멈추면 입어라”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반대로 한다. 춥기 때문에 출발할 때는 우모복까지 입고 가지만 경사가 급해지면 땀에 흠뻑 젖게 된다. 드디어 휴식을 하면 옷을 벗는데, 여기저기서 뜨거운 수증기를 내뿜는 산속의 찐빵집 풍경이 연출된다. 이렇게 쉴 때 처음에는 시원하지만 땀에 젖은 속옷들이 다마르기도 전에 겨울철의 냉기가 들어와 차갑게 느껴지니 다시 옷을 입고 출발한다. 악순환인 것이다. 반대로 해야 한다. 우리의 체온도 운동 상태와 컨디션에 따라 변한다. 이렇게 서로 제각각 변해도 우리는 항상 체온을 36.5℃로 유지해야 한다. 이것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정말 귀찮을 정도로 옷을 벗었다 입었다 해야 한다.
‘속옷’, 즉 첫 번째 레이어란?
첫 번째 레이어(속옷). 피부와 직접 접촉하는 옷.
레이어링 시스템은 속옷, 보온옷, 겉옷으로 되어 있다. 속옷(1st Layer, Base Layer)은 가장 안쪽에 입는 옷으로 피부와 직접 접촉한다. 그래서 촉감이 좋고, 땀을 빨리 흡수함과 동시에 잘 말라야 하고 어느 정도 기본 보온도 담당해야 한다.
과거에는 속옷의 소재로 면을 많이 사용했으나 잘 마르지 않는 결정적 단점이 있었다.그러나 천연섬유건 합성섬유건 땀을 잘 흡수하며 잘 마르는 섬유는 없다. 그래서 섬유를 개발하는 사람들이 폴리에스터란 합성섬유의 미세한 섬유가닥을 특수가공처리해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었다.
합성섬유는 물과 친하지 않기 때문에 물분자가 이 굴곡이 있는 표면에 쉽게 달라붙었다가도 오래 붙어 있지 않고 다시 도망가게 된다. 이렇게 흡습·속건성을 동시에 갖춘 기능성 섬유가 만들어졌으며, 이 섬유는 만드는 회사마다 상표가 달라 우리를 조금 혼란스럽게 하는데 보통 ‘시원하다, 빨리 흡수한다, 빨리 마른다’ 등의 뜻과 어감을 지닌 이름을 사용한다.
‘보온옷’, 즉 두 번째 레이어란?
(좌) 두 번째 레이어(보온옷). 첫 번째 레이어 위에 입는 옷.
(우) 세 번째 레이어가 아닌 두 번째 레이어. 우모복은 보온기능을 담당하는 두 번째 레이어다.
보온옷(2nd Layer, Insulation Layer)은 속옷 위에 입는 두 번째 옷으로 보온기능을 담당한다.
보온(保溫)은 온기를 지켜주는 것이지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보온옷은 통기성도 지녀야 한다. 보온효과만 있고 통기성이 없으면 땀이 빠져나가지 못해 불쾌감을 주고 체온 관리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보온이 잘 되려면 외부의 차가운 공기와의 접촉을 가급적 막아야 하며 동시에 통기성도 좋아야 하니 이것은 마치 ‘적과의 동침’과도 같다.
폴리에스터는 가볍고, 따뜻하며, 가공성 등이 좋아 최근에 매우 다양한 등산복 소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폴리에스터를 사용한 대표적인 등산 보온소재는 플리스(Fleece)다. 플리스는 원단 표면에 기계적인 스크래치를 일으켜 마치 양털처럼 올이 부풀어 오르게 한 것으로 단열효과를 주는 공기층을 두껍게 하기에 가벼우면서도 보온효과가 좋다. 아울러 보온옷이 반드시 지녀야 하는 통기성도 매우 우수한데 ‘좀 심하게 우수’해서 바람이 숭숭 들어오기도 한다.
‘겉옷’, 즉 세 번째 레이어란?
(좌) 고어텍스 재킷은 악천후시 입는 옷. 세 번째 레이어다.
(우) 방풍재킷. 바람과 약간의 비를 막을 수 있으며 가볍고 가격 부담이 없으며 고가의 기능성 재킷보다 더 실용적이다.
그렇다고 보온옷에 바람을 막아주는 기능을 추가할 필요는 없다. 바람이나 비, 눈보라 등을 막아주는 기능을 하는 옷은 따로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세 번째 레이어, 겉옷(3rd Layer, Protection Layer)이다.
첫 번째, 두 번째 레이어는 우리 신체와 관계된 옷인 반면 겉옷은 외부와 관련된 옷이다. 외부의 악조건을 차단해 몸을 방호하는 역할을 한다. 방수와 방풍, 그리고 투습 기능을 동시에 갖춘 대표적인 겉옷 소재가 바로 고어텍스다. 그러나 고어텍스 등산복을 올바르게 착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어텍스는 마법의 옷이 아니다
새로 구입한 고어텍스는 물방울이 스며들지 않고 구른다. 비가 와도 스며들지 않고 신기하게 잘 구르는데, 이것을 고어텍스의 기능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잘 생각해 보자. 고어텍스 필름은 원단 안쪽에 코팅되어 있다. 물방울을 구르게 만드는 것은 고어텍스가 아니라 옷감의 표면에 뿌려진 발수제다. 공장에서 물에 강력한 반발작용을 하는 발수제 코팅 처리를 해놓은 것이다.그래서 고어텍스 의류는 세탁을 하다 보면 발수제가 마모되어 나중에는 물방울이 구르지 않는다. 그러면 물이 원단의 표면에 스며들기 시작하지만 고어텍스가 안쪽에 있기 때문에 안으로 침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몸에서 배출된 땀 수증기는 고어텍스 필름을 통과하지만 원단 표면의 ‘물’코팅은 통과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고어텍스는 투습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므로 고어텍스 의류는 항상 표면에 물방울이 구르도록 관리하면서 입어야 한다. 가끔 발수제 스프레이를 뿌려주고 살짝 다림질하면 늘 새 옷처럼 물방울을 구르게 할 수 있다.
또한 고어텍스 외부의 물코팅이 문제이듯이 내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많은 사람이 고어텍스는 땀을 아무리 많이 흘려도 모두 배출시켜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어텍스의 수증기 배출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가벼운 땀 정도는 배출하지만, 힘든 비탈을 올라가며 흘리는 많은 양의 땀은 다 배출시키지 못한다.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땀의 습기는 이슬맺힘 현상으로 고어텍스 안쪽에 물코팅을 만든다. 문제는 이렇게 한 번 물코팅이 되면 고어텍스는 투습 기능을 상실하게 되어 비닐 우의나 다를 것이 없게 된다. 고어텍스 안쪽에 자기 땀에 의한 물코팅을 방지하려면, 수시로 앞 지퍼를 열고 옷자락을 펄럭여서 땀의 습기를 강제로 빼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겨드랑이 쪽 통풍구 역시 어느 정도 환기를 도와준다.
고어텍스 재킷을 늘 입고 다니는 것도 잘못된 습관이다. 큰맘 먹고 장만한 고어텍스 재킷을 입으면 그럴듯하게 산에 가는 폼도 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집에서부터 입고 나오고, 전철 안에서, 올라갈 때, 쉴 때, 내려와서 막걸리 한잔 할 때도 늘 고어텍스 재킷을 입고 다닌다. 고어텍스 재킷은 외부의 악조건을 막아주는 세 번째 레이어이므로 악조건이 아닌 평상시에 착용하면, 안 입고 있다가 막상 악조건이 닥쳤을 때 입는 것보다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고어텍스 재킷을 구입하면 작은 잡주머니가 달려 있다. 고어텍스 재킷은 입고 다니는 옷이 아니라, 이 작은 잡주머니에 잘 넣어 배낭에 휴대하는 옷이다.
옷 입는 데도 기술이 있다!
1. ①+②+②+③ 세 가지 레이어를 겹쳐 입은 복장. 한겨울 악천후시 이렇게 입는다.
2. ①+②+② 속옷과 보온옷 두 개를 겹쳐 입은 복장.
3. 여름 하의는 반바지가 좋다.
세 가지 레이어를 효과적으로 겹쳐 입는 기술과 원칙도 있다.
편의상 세 가지 레이어를 ①, ②, ③으로 표현하면,
①은 계절에 관계없이 항상 피부와 직접 접촉하는 제일 안쪽에 반드시 입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땀 흡수와 속건성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입는 등산 티셔츠는 겉에 보이는 옷이지만 기능적으로는 속옷이다. 여기에 추울 때는 ②, 춥지 않지만 비나 바람을 막을 필요가 있을 때는 ③을 입는다. 보온옷 1개로 보온이 부족할 경우, 추가로 1~2개의 보온옷을 더 입을 때도 있다. 그러나 속옷과 겉옷을 2겹 이상 겹쳐 입을 필요는 없다.②는 맨살에 직접 닿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봄, 가을에 많이 입는 ‘폴라텍 파워스트레치’ 긴팔 상의는 안쪽에 매우 부드러운 기모(플리스)가 있어 맨살에 입으면 촉감이 매우 좋다. 그러나 이 원단은 보온과 통기성이 좋은 두 번째 레이어로, 땀을 잘 흡수하는 기능이 없다. 그래서 속에 첫 번째 레이어를 반드시 입고 입어야 한다. ‘쿨맥스’ 셔츠 속에 면 언더웨어를 입는 것도 잘못된 조합이다. 쿨맥스 셔츠는 고기능의 첫 번째 레이어인데, 그 속에 면을 입으면 쿨맥스의 기능성을 포기한 셈이다.
바지의 경우, 추운 곳에서는 내복+바지+오버 트라우저(덧바지)와 같이 (①+②+③) 레이어를 제대로 갖춰 입지만, 춥지 않은 곳에서는 보통 바지 하나로 속옷과 보온옷의 기능을 함께 이용하는데, 이것은 하체가 추위에 강하고, 땀도 상체에 비해 매우 적게 흘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여름에는 잡풀이 많은 곳만 아니라면 항상 반바지를 입는 게 좋다. 더불어 한여름에는 장거리 종주가 아니라면 통기성 좋은 경등산화와 목이 짧은 양말을 신는 게 체온 조절에 용이하다.
겨울 산행시에는 머리 보온을 위해 어떤 모자를 쓰느냐도 중요하다.
발라클라바는 날씨와 체감온도에 따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머리는 인체의 체온 조절 기능 중 30~50%를 차지한다. 체온 조절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가 머리인 셈이다.
머리 보온을 위한 모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머리 보온 장비는 목, 얼굴 그리고 머리 전체에 뒤집어쓸 수 있는 발라클라바(Balaclava·안면모)다. 이것은 흑해 연안 우크라이나 발칸반도의 발라클라바 지방 사람들이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 발라클라바는 우수한 신축성과 플리스의 보온성을 지닌 ‘폴라텍 파워스트레치’ 원단으로 된 것이 가볍고 보온력도 우수할 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접어 올리거나 내려서 보온 부위를 조절하기에도 편리하다.이 발라클라바는 땀 배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통기성이 좋지만, 바람에는 매우 취약하다.
발라클라바는 레이어링 시스템의 두 번째 레이어(보온, Insulation Layer)에 해당하므로 외부의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세 번째 레이어(방호, Protection Layer)용 모자가 필요하다. 별도의 바람막이용 모자를 휴대하지는 않고, 고어텍스 재킷이나 우모복에 달린 후드(모자)를 꺼내서 발라클라바 위에 더 쓰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참고로 머리에서 첫 번째 레이어는 머리카락이다.조금 얇은 발라클라바는 사계절 내내 유용하다.
여름철에는 차양이 있는 모자로 햇볕을 가려 머리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막아 주어야 한다.
(좌) 체온을 지키고 땀이 흐르는 것을 막는 버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우) 반다나형 모자. 차양천은 분리가 가능해 여름에 유용하다.
머리가 너무 뜨거워지면 중추신경이 마비되어 여러 가지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일사병이다. 일사병은 머리가 뜨거워져 땀을 흘리게 하는 신호를 보내는 중추신경이 마비돼 땀을 못 흘리게 됨으로써 신체 내부 온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심하면 사망하게 된다.
햇빛과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차양이 뺑 둘러져 있는 모자가 효과적이며, 모자 뒤쪽과 둘레에 반다나(Bandanna) 같은 큰 천이 달린 모자도 좋다.
손발을 추위로부터 지키는 방법
과거에는 보온장갑 소재로 울을 사용했지만, 투박하고 잘 줄어들어 지금은 폴리에스터 소재로 대체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착용이 편리하고 보온력이 좋은 소재도 역시 발라클라바와 같은 ‘폴라텍 파워스트레치’나 ‘윈드스토퍼’등이다.
윈드스토퍼는 플리스 원단에 고어텍스 필름을 접합해서 방풍과 어느 정도 방수기능까지 갖춘 원단이다.보온 소재의 플리스 원단과 고어텍스를 겹쳐서 2겹으로 만든 장갑도 있다. 그러나 장갑도 레이어링 시스템의 원리를 적용해서 보온 레이어와 방호 레이어를 각각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보온용 ‘폴라텍 파워스트레치’ 장갑과 홑겹의 고어텍스로 만든 오버미튼(벙어리장갑 형태의 덧장갑)을 같이 휴대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각각 또는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벙어리장갑은 손가락끼리 열을 공유해서 손가락장갑에 비해 보온력이 좋다. 발의 보온에도 레이어링 시스템이 적용된다. 발에서 나는 땀을 잘 흡수하고 빨리 마르게 하기 위해서는 쿨맥스나 드라이플러스 같은 흡습·속건성의 소재로 된 속양말을 착용하고, 그 다음 두툼한 보온용 양말을 신는다. 세 번째 방호 레이어는 등산화와 스패츠라고 하는 게이터가 된다. 면양말은 땀을 잘 흡수하지만 잘 마르지 않고, 젖은 상태는 발의 온기를 더욱 빨리 외부에 빼앗기게 되어 매우 위험하다. 장갑이나 양말 그리고 옷이 땀이나 수분에 젖게 되면 단열효과를 주는 공기층 대신 물이 차지하게 되는데, 물은 공기보다 열전도성이 23배나 높아서 온기를 외부로 쉽게 빼앗긴다. 특히 젖은 양말은 동상의 위험이 있다. 노련한 등산가는 여벌의 장갑, 양말, 모자 등을 항상 배낭에 휴대한다. 젖었을 때는 빨리 마른 것으로 교환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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