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 시인의 <벌레 먹은 나뭇잎> 이란 글이었어요.
벌레 먹은 나뭇잎은 외면당하기 쉽지요.
곱고 예쁜 것들이
보기 좋게 포장돼 나와야 잘 팔리는 세상.
하지만 벌레 먹은 나뭇잎이야말로
기꺼이 자기 몸을 내어 생명을 살린,
가장 고운 존재들이 아닐까.. 싶어요.
헌신의 상처는 아름답습니다.
벌레 먹은 나뭇잎이 예쁜 것처럼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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