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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억새는 큰바람에 몸살을 앓았다. 신불평원의 동쪽 사면, ‘아리랑 쓰리랑 리지’를 타고 올라온 골바람은 솜털 같은 억새꽃을 모두 날려버리고, 앙상하게 남은 마른 대마저 모가지가 땅에 떨어지도록 굴복을 강요했다.
해발 1,000m 고원, 수십만 평을 뒤덮은 신불평원 억새는 키가 크지 않다. 기껏해야 어른 허리 높이. 가장자리의 것들은 무릎과 허벅지를 살짝 올라올 정도다. 하지만 억새와 억새 사이는 바람 한 점 들지 못할 정도로 빽빽해 억새밭 속을 들여다보려면 꽤나 힘을 들여야 한다.
억새 군락은 큰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한 덩어리가 되어 군무를 연출했다. 억새의 춤은 장대에 걸린 무명베가 바람에 날리듯 어지러이 살을 날려, 산들바람에 넘실거리다가 센바람에 너울을 이루고 휘파람 소리를 냈다. 춤사위는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천연 염색 시간을 갖는데, 이른 아침과 해 질 무렵은 금빛, 한낮에는 은빛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해발 1,000m 고원, 수십만 평을 뒤덮은 신불평원 억새는 키가 크지 않다. 기껏해야 어른 허리 높이. 가장자리의 것들은 무릎과 허벅지를 살짝 올라올 정도다. 하지만 억새와 억새 사이는 바람 한 점 들지 못할 정도로 빽빽해 억새밭 속을 들여다보려면 꽤나 힘을 들여야 한다.
억새 군락은 큰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한 덩어리가 되어 군무를 연출했다. 억새의 춤은 장대에 걸린 무명베가 바람에 날리듯 어지러이 살을 날려, 산들바람에 넘실거리다가 센바람에 너울을 이루고 휘파람 소리를 냈다. 춤사위는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천연 염색 시간을 갖는데, 이른 아침과 해 질 무렵은 금빛, 한낮에는 은빛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영남알프스의 백미, 신불평원 경상북도 청도 가지산에서 경상남도 영축산에 이르는 영남알프스 산군(山群). 억새꽃이 날리는 이즈음이면 전국에서 첫손에 꼽히는 가을 산행지다. 그중 울산시 언양읍 신불산과 영축산 사이 신불평원, 간월산과 신불산 사이 간월재 그리고 밀양 천황산과 재약산 사이 사자평원 억새는 영남알프스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영축산과 신불산 사이 2.95km 능선을 뒤덮은 신불평원 억새는 한 덩어리의 대륙처럼 거대한 물결을 이루는데, 두 산의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장관이다.지난 10월 11일, 신불평원의 금빛 억새를 보기 위해 새벽에 양산 통도사를 나섰다. 영축산(1,092m) 중턱 백운암과 비로암 갈림길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6시, 40분을 더 걸어 8푼(分) 능선 백운암에서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였다. 백운암에서 좀더 힘을 내면 주능선 앞에 도달하는데, 여기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한 시간 정도 능선을 타면 영축산 정상이다.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멀리 영축산 정상이 보이고, 그 너머에 노랗게 익은 신불평원과 신불산 정상이 길게 뻗어 있다. 아침 7시가 훌쩍 넘어 해는 이미 울산 앞바다에 떠올랐지만, 구름에 가린 햇살은 아직 영남 알프스 산군까지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뽀얀 해가 구름에서 나오자마자 억새꽃에 불 밝히는 광경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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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산 정상을 코앞에 놓고 산불감시전망대가 있는 고개에 올라서자 영축산에서 시작해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의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암벽으로 이뤄진 영축산 정상 아래쪽에서 시작된 억새능선은 낙타 등처럼 움푹 팬 평원을 휩쓸고, 육산(肉山)인 신불산 정상을 넘어 창공까지 치올랐다. 빈틈없는 억새 군락 속에서 한 폭 너비의 ‘2차선 등산로’만 맨땅을 드러내고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놓은 듯 매끈하게 뻗었다. 흡사 소백산 연화봉과 설악산 대청봉 오르는 길을 연상시킨다. 햇빛이 비치자 누런 들판이 은빛 바다로 변했다. 영축산 정상에서 평원의 가장 안쪽까지는 1km 정도. 이 내리막 능선에 핀 억새가 가장 화려하다. 내리막길인데다 등산로도 평탄해 한달음에 내달렸다. 평일 이른 아침이라 드넓은 평원을 어느 누구와도 공유할 필요가 없다. 가슴이 터질 듯한 해방감이 밀려온다. 평원 아래에서 산 위를 올려다보는 전망은 또 다른 맛이다. 해는 이미 아홉 시 방향까지 올라와 금빛 억새는 물러간 지 오래지만, 역광을 받은 은빛 억새는 여전히 황홀했다. 그러나 해를 등지고 나면 가을볕에 마른 들풀이나 진배없어 황홀한 풍경이 이내 시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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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에 이는 ‘神바람’ 신불산 너머 간월재까지 내달리고픈 마음이 간절했지만, 산행은 평원 한가운데에서 그쳤다. 대신 평원의 동쪽 끝, 절벽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절벽 아래는 ‘아리랑 리지’라고 불리는 암벽이 참빗 살처럼 삐죽삐죽 솟아 있다. 세찬 억새바람은 여기에서 태어난다. 골짜기를 타고 올라온 바람은 절벽 끝에서 굽이져 급물살을 타고 올라왔다. 두 팔을 벌려 한껏 바람을 안았다. 억새에 이는 바람, 이 바람을 억새 천지 속에서 맞지 않았다면 이내 고개를 돌려 피해버렸을 것이다. 바람에 넘실대는 억새는 단지 억새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었다. 창공을 떠도는 ‘바람의 신’이 억새의 육신을 빌려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한참 동안 억새 군락에 우두커니 서서 ‘바람신’과 조우했다. 억새의 머리가 큰바람에 몸살을 앓고 있는 반면, 그 속 세상은 아주 딴판이다. 억새 군락 사이로 난 오솔길을 헤치고 들어가 엉덩이를 내려놓으면, 억새와 억새가 서로 살을 비비는 ‘스르르스르르’ 하는 소리만이 귓전에 들려온다. 잠시 눈꺼풀을 붙이고 오수를 즐기고픈 생각이 간절하다. 신불평원은 영남알프스의 다른 억새 군락보다 광범위하다. 밀양 사자평 억새 군락이 규모를 견줄 만하지만, 낙타 잔등처럼 움푹 팬 분지 형태의 신불평원은 맘껏 뛰어다닐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몽골의 대초원 못지않은 광활한 들판을 가로세로로 누비며 대륙의 기상을 누려볼 만하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이때를 만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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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은 다양하다. 울산시 삼남면 가천리에서 오르는 길이 가깝다. 가천마을회관에서 시작해 신불평원까지 두 시간 남짓이면 오를 수 있다. 양산 통도사 산문에서 시작하면 세 시간 남짓 걸린다. 극락암 갈림길에서 백운암을 거쳐 오르는 우회로는 세 시간, 비로암으로 오르면 두 시간 남짓이다. 그러나 비로암 코스는 너무 급경사라 권하고 싶지 않다. 통도사 산문 오른편으로 올라 통도환타지아 방향으로 오르는 길도 가깝다. 영축산 정상 300m 아래, 주능선에서 비로암으로 빠지는 삼거리에 달디단 샘물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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