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지난 사진들을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방청소를 하다 문득, 주저앉아서 펼쳐 보기도 하고.
때론 “그때 막내가 진짜 웃겼지..”
가족끼리 통하는 해묵은 농담을 나누다
본격적으로 앨범을 꺼내 온 가족이 추억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오늘같이
일치감치 저녁 밥상 물리고, 기분 좋게 심심한 -
초여름의 휴일 저녁은 말할 나위도 없구요.
그렇게 낡은 표지에 쌓인 먼지를 툭툭 털고,
사진첩을 하나, 둘 넘기다보면
지나간 날들이 - 그 시절의 사람들이,
흑백 사진 너머, 선명하던 그 시절의 풍경이,
밀물처럼 몰려옵니다.
긴장한 듯, 잔뜩 찡그린 채 차렷 자세로 찍은 초등학교 입학식.
펌프가 있던 마당 수돗가에서 등목을 하며 환하게 웃던 오빠,
그 곁에서 능소화처럼 곱게 웃던 젊은 시절의 엄마.
어느 해 소풍날일까.
교련복 단추 몇 개 풀고, 모자를 삐딱하게 쓴 채 꽤나 의기양양하던,
코 밑 시커멓던 녀석들.
주름 가득한 얼굴로 아들의 학사모를 쓴 채 멋쩍게 웃으시던 아버지.
할아버지와 손녀가 나란히 붉은 악마 머리띠를 하고
브이~하며 웃는,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꼭 오늘 같은 저녁...
그렇게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여기 왜 내가 있어?”
아빠의 돌 사진을 보며 어린 아들이 한 말에 와아.. 함께 웃기도 하고.
사진 속 엄마 나이를 훌쩍 넘긴 딸은 그 빈 자리에 눈물짓기도 하고,
스무살 언저리, 풋풋하게 웃는 단체 사진 속에서
문득 발견한 첫사랑을 보며, 그녀의 안부를 궁금해 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마지막 앨범 표지를 닿는 순간, 중얼거립니다.
“역시, 남는 건 사진 밖에 없어...”
세계적인 사진작가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나간 것을 찍지는 못한다.”
짧지만 강한 이 정의는, 이렇게 말하는 듯 해요.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이 사람들이 가장 소중한 거라고.
그 소중한 현재를, 오롯이 즐기라고.
불어오는 바람이 좋은, 유월의 저녁입니다.
‘지금’을 남겨 보세요.
언젠가 돌아보면 또 한 번 나를 미소 짓게 할,
한 장의 사진, 더 많은 추억이 될 테니까.
Je n' ai que mon ame (나에겐 마음 밖에 없어) / Natasha st Pie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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