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빗방울 무늬가 무수히 찍혀 있는 산길을
느릿느릿 올라갔다
물빗자루가 한나절 깨끗이 쓸어놓은 길
발자국으로
비질한 자리가 흐트러질세라
조심조심 디뎌 걸었다
그래도 발바닥 밑에서는
빗방울 무늬들 부서지는 소리가
나직하게 새어나왔다
빗물을 양껏 저장한 나무들이
기둥마다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비 그친 뒤
더 푸르러지고 무성해진 잎사귀들 속에서
젖은 새 울음소리가
새로 돋아나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빗방울 길
돌아보니
눈길처럼 발자국이 따라오고 있었다
김기택님의 <빗방울길 산책>이란 글이었습니다.
비 온 뒤 세상이
한층 싱그럽고, 한 겹 고요한 저녁입니다.
이런 날엔 느릿느릿 산책을 해야 제 맛이지요.
싱그러움을 쫒아 나선 비 온 뒤 산책길 -
진초록으로 빛나는 나무에 가만히 귀기울여봅니다.
기둥마다 찰랑거리는 생명의 소리.
여름 잎새들이 부르는 싱그러운 저녁의 노래.
우리 마음에도 찰랑찰랑 - 푸른 서정이 물들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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